경제상식 현금 카드 사용에 이런 함정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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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1.21 21:38
사망·장기간 입원할 경우 카드 결제금액 면제·유예
매월 결제액의 0.5% 수수료 내야… 작년 가입자 260만명 넘어
텔레마케팅으로 주로 가입, 일부 상담원 수수료 제대로 안 알려
무료 서비스로 아는 가입자 많아

이씨가 카드사를 상대로 "유료 서비스에 가입한 기억이 없다"고 항의하자 카드사는 2010년에 녹음된 내용을 들려줬다. 카드사 전화 상담원이 "고객님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을 때 카드 결제대금을 면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드릴게요. 가입할 때 따로 비용이 청구되지 않습니다"라고 권유했다. 상담원은 곧이어 빠른 목소리로 "단, 결제금액의 일부가 수수료로 부가됩니다"고 말했다. "네"라고 답한 이씨의 목소리도 녹음돼 있었다. 이씨는 "무료로 뭔가 해주는 줄 알고 그러라고 했다. 잊고 있었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고객이 가입한 줄도 모르는 DCDS
이 서비스는 'DCDS(Debt Cancellation & Debt Suspension)'라고 불리는 채무 면제 프로그램이다. 고객이 사망하거나 중병에 걸려 장기간 입원했을 때 카드사가 고객의 카드 결제대금을 5000만원 한도 안에서 면제해주거나 유예해주는 서비스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을 때 방패막이가 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가입하면 매월 카드 결제금액의 0.5% 정도를 수수료로 내는 유료 서비스다. 카드대금이 100만원이라면 5000원인 셈이다.
2005년 삼성카드가 처음 선보였고, 2008년부터 다른 카드사들도 앞다퉈 도입했다. 2008년에 회원이 80만명이었지만 작년 6월에는 262만명에 달할 정도로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카드사 전체 회원(8500만명)의 3% 정도가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회원 1인당 월평균 6300원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문제는 DCDS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카드사 전화 상담원의 텔레마케팅으로 가입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입을 늘리기 위해 일부 상담원들이 꼼수를 써서 말썽을 빚는다는 것이다. 가입할 때 별도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만 강조하고, 매달 수수료를 뗀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것이다. 상담원은 한 건을 가입시키면 카드사로부터 약 4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DCDS 관련 민원은 2010년 15건이었지만 2011년에는 53건, 지난해에는 8월까지 71건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민원이 "가입한 줄도 몰랐는데 카드사가 돈을 빼갔다"는 하소연이다.

◇카드사 많은 이익 남기고 고객은 혜택 적어
카드사들이 건당 4만원이라는 수당을 내걸면서 DCDS 가입자를 늘리려는 이유는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1년 카드사들이 DCDS 수수료로 받은 금액이 1526억원에 달한다. 반면 가입자 가운데 실제로 어려움에 처해 면제 혜택을 받은 경우는 20% 정도인 3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많이 걷었는데 보험금 지출은 얼마 안 돼 돈을 남기는 것과 비슷하다.
사고를 당한 본인이나 사망한 가입자의 유족이 카드사에 DCDS 적용을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경황이 없어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솔직히 가입한 줄 모르거나 가입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카드사들이 DCDS 수수료 수입의 40~50%를 이익으로 남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일권 보험개발원 전문위원은 "DCDS 도입에 따른 초기 투자비용을 카드사가 모두 회수했기 때문에 장기간 가입한 고객들에게는 추가 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카드사들도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 작년 4월부터 텔레마케터들이 사용하는 가입 권유문을 통일해서 카드사나 상담원별로 설명 내용이 차이가 나는 것을 줄이도록 했다. 또 우편이나 이메일로 가입 사실을 공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낮추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드물긴 하지만 DCDS를 악용하는 가입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말기 암환자 앞으로 DCDS에 가입한 다음 환자 가족이 수천만원을 쓰고 카드값 결제를 면제받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DCDS
'Debt Cancellation & Debt Suspension'의 줄임말로서 신용카드사가 고객이 사망하거나 장기 입원했을 때 고객이 갚아야 할 카드 결제 금액을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고객이 갑작스러운 사고·질병·자연재해에 따라 경제적으로 위기에 놓였을 때를 대비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다. 2005년 삼성카드가 처음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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