弱冠 成人, 聖人
우리는 地上의 成人을 넘어,
天上으로 가는 나그네입니다.
“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이사 2,3)
스무 살, 弱冠.
공자가《예기》에서 “스무 살에 관례를 한다.”고 언급한 데서 나온 혼인에 이른 성인이 된 나이, 스무 살을 일컫는 말입니다.
2005년 9월 22일, 당시 서울대교구장이셨던 정진석 대주교님께서는 화곡본동 성당에서 우리 공동체를 분가 설립하셨습니다. 2025년 올해, 우리 공동체는 세속적으로 성인에 이르는 나이, 스무 살 약관(弱冠)을 맞이하였습니다.
실로 2011년 새 성전 건립 첫 삽을 뜨기부터 12년간 성전 건립 기금 부채를 상환하느라 전신자들이 숱한 역경과 시련의 광야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마침내 2023년 성탄대축일에 모든 부채를 상환 완료하였고, 본당 재정을 지난 일 년간 부단히 재정비하면서 우리 공동체는 재정적으로 자립하였습니다.
본당 재정의 자립과 성당의 외형적 정비는 일면 세속적 측면에서 성인(成人)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자립과 외형적 성당 발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만 교회를 인식한다면, 교회의 본질을 도외시하는 ‘말씀’ 없는 ‘빈 소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 연유에서 본당 설립 20주년을 맞는 우리 공동체는, 이제 우리 공동체가 무엇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며, 우리 공동체는 지금 어디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숙고해야 할 때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 교구장님께서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2025년 ‘희망의 순례자’ 희년에 발맞춰 세 가지 사항을 사목교서를 통해 발표하셨습니다.
<희망하는 교회>, 희년의 목적과 의미는 “구원의 문”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 만남을 이루도록 초대받은 해로서, 그리스도인들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눈에 보이는 세상의 것들을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의 가치에 맞추어 변화시키도록 불리움 받은 사람들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이에 저는 형제들에게 요청합니다.
지난 이십 년간 본당 건립의 초석을 마련해주시고 완성으로 이끌어주신 모든 공동체 형제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이제 우리는 본당의 재정적 부요와 외형적 성당의 발전만을 도모하며 향후 30주년, 50주년을 향해 나아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회의 본질은 매일의 미사와 전례, 기도 안에서 우리 주님과 인격적 만남을 이루면서, 무엇보다도 미구에 이루어질 하느님 나라에서 우리 주님을 만날 그날을 고대하며 지상의 성인(成人)으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천상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순례자입니다. 하여 저는 본당 설립 20주년 맞는 오늘 우리 공동체가 ‘지상의 성인(成人)을 넘어, 천상으로 가는 나그네’임을 자각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순례하는 교회>, 교구장님께서는 교황님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모든 희년 행사의 근본 요소는 순례”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순례 여정을 나서는 것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과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도보 순례에서 흘리는 땀방울을 통해 우리네 삶에서 땀 흘리는 수고로움의 고귀한 의미도 되새기게 되고, 순례 여정을 함께 하는 우리가 모두 영원한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나그네임을 묵상하게 하며, 나아가 이 세상에서 ‘지나가는 것’과 ‘영원한 것’을 묵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교구장님께서는 2025년 ‘희망의 순례자’ 희년에는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인 ‘천주교 서울 순례길’의 성지 중 적어도 한 곳 이상을 도보로 순례할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우리 공동체는 대림 특강 <한국교회의 기원과 역사>, <사진을 통해 본 한불조약 전후 한국교회 근대사>를 통해 선조 신앙인들이 살아온 천상으로 나아가는 나그네의 삶을 돌아볼 것이며, 이후 사순 특강 <교회사와 성지순례>, <서울 순례길 소개>를 통하여 ‘순례자’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실제로 순례길을 걸으며 천상으로 나아가는 나그네 삶에 동참할 것입니다.
아울러 교구장님께서는 ‘순례하는 교회’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는 영혼의 내적 순례 여정’을 잊지 말자고 권고하셨습니다. 내적 순례의 여정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체 앞에 머물면서 그분과 단둘이 나누는 우정의 대화 시간인 성체조배를 다시금 강조하셨습니다.
우리 본당은 지난해 ‘하느님 안에서 우리-성체신심, 성체공경으로부터 출발합시다’라는 사목 목표 아래 성체조배를 생활화하였습니다. 교구장님의 말씀을 따라 ‘영혼의 내적 순례 여정’인 성체조배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될 것입니다.
<선포하는 교회>, 교구장님께서는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분의 사랑을 혼자만 마음속에 가두어 두지 않고, 하느님의 사랑을 노래하고 외치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복음의 기쁨을 맛본 그리스도인은 이제 ‘선포하는 기쁨’을 살아야 하며, 복음의 선포는 구체적으로 애덕 실천,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에 주체적 참여 등의 세 가지 방식을 통해 이루자고 요청하셨습니다.
우리는 지난달부터 코로나 이전과 이후 본당 상황을 통계 자료를 통해 자체 비교 분석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200 여명의 길 잃은 형제들을 구역 공동체를 통해 실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 주일미사 참례자가 700 여명이었지만 현재는 500 여명에 불과합니다. 주일학교는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30%에 불과합니다. 이유는 아직 확증할 수 없지만, 선종하신 분들을 포함한 평화방송 미사로 대신하는 노약자분들, 3년간의 공백이 불러온 주일학교 학생들의 영적 침묵과 청년공동체의 영적 산화, 몇몇 단체의 상처로 인한 공동체와의 이별 등등이 원인으로 예견됩니다.
‘선포하는 교회’로서 주님과 인격적 만남을 이룬 우리는 내가 모신 주님의 사랑을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전하며 ‘천상으로 가는 나그넷길’에 그들도 동참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구역분과와 선교분과는 평화방송으로 미사를 대신하는 형제들을 찾아 형제애를 전하며, 청소년 분과 및 청년분과는 긴 시간 주님을 잊고 지내는 주일학교 친구들과 청년들에게 우정을 나누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교구장님께서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를 위해 각 본당에 해당 담당분과를 설치하도록 명하셨습니다. 이에 저는 기존 청소년분과 및 청년분과가 세계청년대회 본당 준비 실무를 공동으로 맡을 것이며, 이를 총괄 지휘할 ‘청소년 및 청년 담당 부회장 겸 세계청년대회 본당 준비위원장’을 임명하였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를 계기로 그간 함께하지 못했던 학생 청년들이 다시 공동체로 돌아와 ‘천상으로 가는 나그넷길’에 동참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형제 여러분,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님의 말씀을 상기합시다.
형제들이여, 여러분에게 청하는 바이니, 나와 함께 사랑하고 나와 함께 견고한 믿음으로 달려갑시다.
“천상의 집을 갈망하고 그것을 애타게 찾으며 우리가 여기 지상에서는 순례자임을 깨달읍시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되겠습니까? 복음서가 말해 줍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고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그 말씀은 하느님이셨습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천상으로 가는 이 지상 여정을 마치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신 삼위일체 하느님을 직접 만나 뵙게 될 것입니다. 그날을 고대하며 우리 모두 이 지상의 나그넷길을 함께 굳건히 걸어갑시다.
“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이사 2,3)
천주교 서울대교구 신월1동성당 주임신부박재홍 하상바오로